저번 주말에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면서 대부분의 카카오 서비스들이 먹통이 되는 사건이 있었죠. 이에 대한 내용은 아래의 글에서 설명드렸는데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구요. 당시 글에서는 카카오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P) 인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DR(Disaster Recovery, 재해 복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아예 ISMS-P 인증 자체에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서,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 제 의견을 짧게나마 적어보려고 합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
토요일 오후 3시 정도 부터 카카오톡이 정상적으로 접속되지 않았는데요. 3일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복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죠.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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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부여하는 ISMS-P 인증은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들 중, 일정 매출액과 이용자 수 기준을 만족하는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받도록 되어있습니다. 정보통신 서비스 부문 매출액이 100억 이상이거나 3개월 간의 일일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 무조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카카오는 ISMS-P 인증을 필수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죠.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이 ISMS-P 인증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만족할 수는 없기에 실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아닌 많은 부분을 문서만 유지하는 형태로 인증을 받기도 합니다.
ISMS-P 인증에서 요구하는 사항들 중에는 서비스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재해 복구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항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재해 복구 시스템이라는 것 자체가 이번 카카오 사태와 같이 화재나 지진 등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거리가 떨어진 곳에 똑같은 DR 센터라고 부르는 시스템을 하나 만드는 구축하는 건데요. 그러다 보니 이 시스템을 동일하게 구축하기 위한 장소와 하드웨어, 인력 및 비용 등이 굉장히 많이 들기에 제대로 DR 센터를 운영하는 곳이 잘 없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ISMS-P 인증 심사를 받을 때도 기업에서 인력이나 비용 측면 때문에 장기적으로 도입 검토를 하고 있다고만 하면 대부분 문제 없이 통과시켜주고 있습니다. ISMS-P 인증 컨설팅을 진행할 때도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기업이면 DR 센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정보보호 비용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생각하는 현 상황에선 씨알도 안먹히는 말이죠. 그래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마스터플랜으로 언제까지 DR 센터를 구축하겠다라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DR 센터를 유지하는 기업은 삼성이나 네이버와 같이 정말 규모가 큰 기업들인데요. 며칠 동안 서비스를 제대로 복구하지 못한 카카오와 다르게, 춘천에 데이터센터를 지어 DR 센터를 유지했던 네이버의 경우 이번 화재가 난 동일한 장소에 서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빠르게 복구할 수 있었죠.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기업에서 DR 센터를 두지 않았다는게 너무 실망스럽긴 하지만, 이번 기회로 비용을 투자해서 화재나 지진과 같은 재난이 발생하더라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카카오 화재로 ISMS-P 실효성 지적…인증체계 개선 필요해 - 테크월드뉴스
[테크월드뉴스=이세정 기자] 지난 주말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되며, 카카오의 재난‧장애 대응 부실 논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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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ISMS-P 인증의 실효성에 대해 한 마디 드리자면,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이 ISMS-P 인증을 받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기업의 시스템이 새로운 해킹 공격에 의해 뚫리기도 하고 이번과 화재와 같이 알 수 없는 재해로 인해 서비스가 멈춰버리는 일도 발생하죠. 그리고 요즘과 같이 상황이 어려운 시기에 기업에서 돈이 없다는데 정부에서 DR 센터를 구축하라고 강제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닌 것 같다고 보이는데요. ISMS-P 인증이라는 것은 사실 저희가 매년 받는 건강검진 수준으로 생각해야하고, 이를 통해 기업에서 정보보호 장기 계획을 갖추게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는 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ISMS-P 인증이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건 맞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기업에서 정보보호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관점과 인식이 먼저인 것으로 같은데요. 이제 막 사용자가 증가해서 규모를 키우고 있는 서비스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카카오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에서 비용 때문에 DR 센터를 두지 않았다는 건 사실 이해가 가지 않죠. 이번 사건이 많은 기업들에게 정보보호를 비용이 아닌 투자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치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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